클럽 운영자: 세계사 일화선원 회원: 19명 개설일: 2007-02-12 방문수: 9,298명
회원상태: 손님
내 클럽 바로가기
세계의 종교계 News

최신목록 다음 / 2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어떤 법문과 그 기사  worldzen 2007-11-21
11:13
468
종정스님이 '악~!'한 이유/조연현
   

[출처: 인터넷한겨레] 

어제 해인사에 다녀왔습니다. 조계종의 최고 어른인 종정에 선출된 해인사 방장 법전 스님을 인터뷰하러 간 것입니다.

해인사 올라가는 길은 벚꽃이 만개해 모처럼 벚꽃 구경을 잘했답니다. 마치 도원경같은 벚꽃길을 지나다보니 소년처럼 마음이 동할정도더군요.

기 사는 오늘(3일치) 29면에 나갔는데, 아침에 동료 기자들로부터, 또는 외부의 독자들로부터 도대체 법전 스님이 마지막에 "악~" 소리를 친 것은 왜 그런 것이냐, 또 조주 스님이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킨 이유가 뭐냐-라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어느 스님도 "그게 무슨 얘기냐"고 물어왔습니다.

이렇게 독자들의 궁금증을 산 내용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나왔습니다. 해인사 방장실인 퇴설당 앞마당에서 약 40여분간의 인터뷰가 끝나고 사회를 본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인 현고 스님이 "이만 인터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자, 법전 스님이 "기자들이 이렇게 산골까지 찾아왔는데, 선물을 하나씩 줘야지"하면서 "선물을 줄테니 받을텐가"라고 물었습니다. 어리둥절해 있던 기자들 중 한명이 "예"라고 답하자, 당나라 때 투자 의청 선사의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투자 의청 선사는 산골 오막살이에 살며 깨를 심어 기름을 짜 팔고 살았는데, 어느 날 조주 스님이 찾아왔습니다. 투자 선사가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니, 조주 스님이 '칼산에서 왔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투자 선사가 '칼을 가지고 왔느냐'고 묻자, 조주 스님은 손가락으로 땅을 가르켰습니다. 여러분은 땅을 가르킨 뜻을 압니까?"

그의 물음에 아무도 답을 하지 않자, 법전 스님은 "아무도 답을 못하네"하면서, 갑자기 해인사가 울릴 정도로 "악~"하며 할(외침)을 터트렸습니다.

그리곤 자리가 끝났지요.

그러자 종교 기자를 맡아 처음 자리에 참석한 한 기자는 "스님들은 법문 끝날 때마다 저런 퍼포먼스를 하느냐"고 묻기도 하고, 어떤 이는 "선물을 줄 모양이네"라고 그 때까지도 그 선물의 의미를 물질적 선물로 기대하기도 하더군요.

지 난달 숭산 스님의 외국인 제자들이 동안거를 한 계룡산 무상사에 방문했을 때도, 외국인으로선 처음으로 한국 사찰의 조실이 된 대봉 스님이 기자들의 질문에 선문답으로 일관하자 "어떻게 수행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이렇게 할 수 있느냐"며 화를 내는 이도 있었습니다.

기자들도 이러한데, 독자들도 그런 선문답에 대해 황당하게 여겨지는 분들이 많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이 렇게 독자들의 궁금증을 잘 알면서도, 이를 풀어헤치듯이 설명하지 않는 것은 제가 이를 명쾌하게 설명하기엔 어리석기도 하려니와, 선문답 자체가 머리로 답을 아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최소한 간명하게 선문답의 의미가 훼손하지 않은 실상을 전해주려 노력했습니다.

저는 이 선문답을 아주 짧게 설명했습니다.

'그의 호통에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답을 찾아 마음이 헤맬 때쯤 갑자기 일갈이 터졌다. "악." 철퇴처럼 내던져 선물 안겨준 의심뭉치에 질문도 답도 번뇌도 찰라에 사라졌다. 하산길 무심한 벚꽃이 법비처럼 쏟아졌다.'

이처럼 짧게 썼는데도, 쓸데 없는 군더더기가 많이 붙고 말아 선문답의 본 뜻을 많이 훼손하고 만 느낌입니다. 그것이 선문답의 딜레마이고, 저의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붓다의 가르침

불 교는 고통을 끊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부처님이 십대에 카필라성 밖을 처음 나와보고 중생들이 생노병사로 고통당하는 것을 보고, 그 고통을 끊기 위해 발심했고, 마침내 출가 수행을 통해 모든 고통이 집착으로부터 온 것을 깨닫고, 집착을 놓고, 도에 이르는 길을 편게 붓다의 가르침입니다.

붓다의 깨달음은 사성제(고-집-멸-도)와 12연기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모든 고통의 뿌리까지를 명쾌하게 이 가르침에서 밝혀놓았습니다.

고 통을 끊어야 도과를 얻을 수 있는데, 고통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12연기(무명-행-식-명색-육입-촉-수-취-유-생-노-사)가 명쾌하게 밝혀놓은 것이지요. 고통을 뿌리를 캐고, 캐고, 또 캐다보면 최초에 무명이 나옵니다. 무명번뇌라고 하는 것이지요. 한 번뇌가 일면서 생노병사의 고통이 씨앗이 뿌려진 것입니다.

선수행도 이 고통의 뿌리를 캐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고통의 뿌리인 번뇌를 뿌리 뽑으려는 것이지요. 그러니 선문답을 던져 또 다른 번뇌를 일으킨다면 그것은 선문답이 추구하는 바라고 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화 두는 온갖 생각(번뇌)을 내서 그 답을 알아낸다기 보다는 일어나는, 화두에 대한 의심으로 번뇌의 그 근본 뿌리(수백만 번뇌 중 그 첫 생각)로 추적해 들어가는 것입니다. 헛된 망상 번뇌 없이 오직 의심으로 의정을 밝히는 것입니다.

찰라에도 수백번 일어났다가는 사라지는 수많은 마음을 화두 의심을 통해 일심으로 모으고, 마침내 무심에 이르기 위한 방편인 셈입니다.

법전 스님이 들려준 일화에서 나온 칼산의 칼이란 불가에서 번뇌를 가르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투자 선사가 "칼을 가지고 왔느냐"고 물었을 때, 조주 선사가 땅을 가르킨 것은 번뇌가 멸했음을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해석이 어찌됐던 이 해석을 알자는 것이 화두의 취지가 아닌 것입니다. 답을 찾아 마음이 이러 저리 헤메는 것은 벌써 또 다른 번뇌를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러니 선사가 "악~"하고 갑자기 심장이 철렁하게 일갈하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산이 쩌렁쩌렁 울리게 "악~"하거나, 방망이로 머티통을 내려치는 그 순간에 무슨 번뇌가 생기겠습니까. 그 순간이야말로 번뇌가 끊어진 무심의 견처로 볼 수 있겠지요.

그러니 질문도, 답도, 번뇌도 찰나에 사라진 것이라고 쓴 것입니다. 범부 중생들은 그도 한 순간일뿐 곧 또 다른 번뇌를 일으키고 말긴 하지만요.

계룡산 무상사에서 스님들이 방바닥을 "탁~"하고 친 것도, 번뇌의 다른 표현인 말 대신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온 갖 번뇌가 일 때 벚꽃을 보면 이 벚꽃에 예쁘네, 별것 아니네, 왜 벌써 떨어지는가! 라는 등 별별 생각과 시비 분별이 일겠지만, 무심한 상태에서 보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듯이 벚꽃은 벚꽃일 따름으로, 번뇌의 세계, 내 상의 세계가 아닌, 실상(실제 있는 그대로) 세계가 드러나는 것이겠지요.

번뇌야 고통의 뿌리지만 실상은 그 자체가 곧 법이므로 '하산길 무심한 벚꽃이 법비처럼 쏟아졌다'고 첨언했지만, 이 마저도 헛된 미사여구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찌됐든 이번 종정 인터뷰로 인해 선문답이 또 한번 회자가 되고 있지만, 전 이런 선문답만이 무심법문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선문답보다 삶이야말로 진정한 법문이라 할 수 있겠지요.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덧글 (총 1 개)
loading...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1 31 거부 스님이 옮긴 사명대사 선시  worldzen 07.12.07 968
30 30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  worldzen 07.11.30 439
29 29 누구나 화두 정진하면 홀연히 깨칠 날 옵니다  worldzen 07.11.26 379
28 28 어떤 법문과 그 기사 [1]  worldzen 07.11.21 468
27 27 예수의 불교수행  worldzen 07.11.19 626
26 26 조계종 '신정아 뇌관' 폭발 초읽기  worldzen 07.09.04 500
25 25 마더 테레사 서한집  worldzen 07.09.04 535
24 24 선교의 문제-  worldzen 07.09.02 326
23 23 무슬림과 인간존엄성  worldzen 07.09.02 414
22 22 아프간 인질 전원석방 합의  worldzen 07.08.28 393
21 21 테레사 수녀의 고백 일파만파  worldzen 07.08.26 872
20 20 나머지 인질 19명 석방교섭 가속화  worldzen 07.08.14 379
19 19 ‘직지’ 美교과서 등재 협조 요청  worldzen 07.07.27 478
18 18 세계최초 불교 ‘날린다대학’ 2009년 재건  worldzen 07.07.22 418
17 17 장윤 스님, 이사해임무효 가처분 신청  worldzen 07.07.22 537
16 16 피랍 한국인 21명위해 기도합시다.  worldzen 07.07.22 439
15 15 유일, 진정한 교회?  worldzen 07.07.20 391
14 14 다른 종교경전 놓고 선서해도 된다  worldzen 07.05.27 451
13 13 한국 종교 안티를 말한다  worldzen 07.05.10 412
12 12 최근 10년간 종교인구 변화  worldzen 07.05.06 446
  1 | 2  
 



Copyright © HeyKorean, Inc. All Rights Reserved.
USA
460 Park Ave. #430 New York, NY 10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