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운영자: 세계사 일화선원 회원: 18명 개설일: 2007-02-12 방문수: 9,419명
회원상태: 손님
내 클럽 바로가기
선(禪)에서 오는 길

최신목록 / 1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달마(達磨)와 양 무제(梁 武帝)  worldzen 2007-08-09
15:45
413

중국에 禪을 전하기 오신 초조(初祖) 달마(達磨)! 처음으로 맞닥뜨린 인물이 바로 양 무제(梁 武帝)렸다. 양 무제는 전국에 절과 탑을 많이 쌓고 많은 스님들을 배출해내어 불교를 융성시킨 인물. 불교를 전 인도에 퍼뜨린 전륜성왕 아소카 왕에 비견할만 하다. 그런 양 무제가 불법의 원조 나라에서 고명하신 스님이 찾아오셨다는 말을 듣고 그 돈독한 신심과 공덕을 초조 스님께 아니 보여드릴 수 없었던 것. 극진히 모시는 것은 물론 불법을 구하는 마음 또한 곡진(曲盡)하기 이를 데 없었겠다. 그렇게 극진히 공양하기만 하였으면 좋으련만 끝내 갑갑증이 발동한 양 무제. 초조 스님을 향하여 묻는다. '내 일생 동안 절 짓고 스님들께 공양하였으며, 보시하며 재를 열어왔으니, 여기에 어떠한 공덕이 있으리이까?' 그런데 돌아온 초조 스님의 한 마디는 "없다!"

아뿔사! 돌아오기는 돌아왔는데 없으니 이를 어이할까? 돌아온 것인 줄이라도 알면 좋으련만 어디선가 짱돌멩이 하나 날아와 이마빡을 쩡 소리 나도록 때린 것으로 밖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양 무제. 차라리 어찌 공부하오리까 하고 물었던들 묻는 공덕이라도 있어서 이런 낭패는 없었을 것을. 손으로 지은 공덕 입으로 다 까먹었겠다. 선혈이 낭자한 돌멩이를 손에 쥐고서는 핏발 선 눈을 부릅뜨고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란...... 겉모습이야 그렇겠지만 속으로야 이게 뭔 말인고 하는 마음에 극락과 지옥을 왔다갔다했으리라.(선재 선재라!)

눈에 보이는 것, 손에 쥐인 것 밖에 모르는 양 무제야 원래 그렇다 치고, 모르는 중생을 위하여 좀 쉽게 설명해 주시면 어디 덧나는지? 단 한 마디 "無!"라 하신 초조 역시 배운 것은 禪 밖에 없어 무식하기는 양 무제 뺨 쳤던 것. 게다가 초조 스님과 양 무제 사이를 잘 이어야 할 통역 놈이 혀가 짧았던지 고지식했던지 곧이 곧대로 "無!"라 하였으니 마주 앉은 초조 스님과 양 무제 사이에 수억 겁의 세월이 흐른 것은 당연지사.

자 우리의 무식한 돈키호테 초조 스님! 인류 역사의 공통분모인 설화(舌禍)를 당하시어 이리 저리 쫓기게 되었으니 어디로 가야 하나? 예나 지금이나 입 바른 소리 해서 떡 하나 더 얻어먹기는 커녕 직싸하니 얻어터지기 예사이거니와, 말귀를 알아듣는 놈은 만(萬)에 하나 날까 말까 하니 양 무제가 쫓지 아니하여도 스스로 답답한 마음에 이리 저리 몸을 굴려야 했겠다.
그리하여 마침내 양자강을 건너야 하는데 배는 없고, 뒤쫓는 소리는 천둥소리 같고. 또 이를 어이 해야 하나? 자 이때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옆에서 파르르 떨고 있는 갈대 잎이라. 날렵하게 갈대를 꺾어 두둥실 강에 띄우고 훌쩍 올라타고 양자강을 건넌다. 양자강이 강이라고? 산골에서 자란 놈이 양자강을 볼 짝시엔 말로만 듣던 태평양인 줄 알고 뒤로 나빠질 만큼 넓은 강이 아니던가?

자! 갈대를 타고 강을 건넌다!
이놈들 봐라! 갈대 타고 강을 건넌다는 말에 입을 헤 벌리고서는 '이야 신기하다', '정말일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초조 달마 스님이니까 그럴 수 있었을 거야' 하는 놈들 봐라. 그런 놈들이야 갈대 타고 강을 건너시던 초조 스님이 갑자기 휙 돌아보시며 짱돌멩이 하나 날려보내도 아픈 줄 모르고 여전히 입을 헤 벌리고 있으렸다.

그런데 이게 옛날 이야기련가? 아니다. 지금도 저 신심 돈독한 양 무제와 단순 무식하기 짝이 없는 초조 스님의 후예들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으니 이 또한 세상 살맛 나는 일 아닌가? 그 후예들 중의 최첨단의 후예들은 역시 우리 불교 승단의 선지식들. 자! 여기 양 무제와 초조 스님을 통합하여 쏘옥 빼어닮은 원융화통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야기 아닌 실화라고 해도 입 헤 벌리고 믿어보자.

얼마 전 어느 본사 대찰의 전 주지 스님이 요트를 타고 태평양 횡단에 성공했겠다.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두둥실 만경창파를 헤쳤겠다. 꿈과 희망의 땅 아메리카에서 출발할 때도 그러했겠지만 최종 도착한 항구도시에는 금의환향을 환영하는 인파는 물론 일대 찬란한 거사를 크게 알리는 현수막도 나붙었겠다.
양 무제가 무색할 정도로 대 불사도 일으켰고, 속세의 道知事 또는 군대의 사단장 격이라는 본사 주지도 거쳤겠다. 이제는 갈대 잎 꺾어 타고 저 양자강 건너신 초조 스님을 본받아 무언가를 세상에 보여주는 일만 남았겠다. 이미 화엄경에서 바다의 공덕을 배웠거니와, 수많은 중생들이 무언가를 찾으려고 목숨을 거는 일이 허다한데, 머리 깎은 중이 이렇게 안일해서야 될까보냐?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을 떨치려면 다리 꼬고 앉아서 좌선인지 참선인지를 해서만 될 일이 아니렸다. 나를 돌이키는 일이야 배운 바가 본시 없고 몸뚱아리 굴리는 재주는 남 부럽지 않으니 다시 한번 불끈 일어나서 바다로 가자. 바다를 건너다 보면 바람이, 저 대양을 움직이는 바람이 이 육신에 디글디글 달라붙은 욕망을 날려보내줄 것이다.

자 무동력 요트를 타고 태평양을 건넌다. 고통의 세계에서 彼岸의 세계로 건너가는 일이니 요트 이름도 '바라밀다(波羅蜜多)'가 제격이렸다. 혼자서는 배를 조작하기 어려우니 항해기술자와 신도 두명도 태우고, 인터넷 게시판에 항해기를 연재하기 위해 컴퓨터 시설도 완비했으니 준비 끝. 엔진이 달려 있지만 출항과 입항 때만 사용하니 완벽한 무동력이라.
공덕의 바다라지만 25노트 이상의 강풍과 5미터 이상의 파도를 만나면 이리 저리 흔들리는 요트와 함께 배멀미로 혼을 쏙 빼야 하는 시간이 계속되니 신도들이 차라리 바다로 밀어달라고 울부짖는 것도 당연하렸다. 여기 저기서 삐걱거리고 돛은 찢어지는 소리를 내다가 마침내는 울부짖는다.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 손에 피멍이 들 정도로 돛을 잡고 있다 보면 집채만한 파도가 덮치고. 게다가 중도에서 항해기술자가 포기해 버리고 말았으니 이를 어쩐다? 그래도 이는 나은 것이다. 바람이 전혀 없으면 눈물을 머금고, 아니 통곡을 하며 동력으로 움직이니 이를 어쩌란 말이냐. 몸뚱이 멀쩡한 놈은 돈 주고 사서 고생해야 한다는 말에 따라 일부러 고생하러 망망대해로 나왔거늘 무풍지대가 웬말이더냐? 혹여 이를 두고 호사롭게 바다를 건넜다고 하면 금강의 철퇴를 맞으리라.

구도와 전도를 위해 많은 스님들이 이러한 고난을 마다하지 않았으니 어느 스님은 중국에서 인도까지 구법 순례를 하는 동안 겪은 고초를 시(詩)로 표현하셨다.

"주위에 인적을 찾을 길이 없고,
승려의 것인 듯한 해골만 나뒹구는 사막에
입은 쓰고 다리는 떨어지지 않는데 해는 벌써 지고 있다
과연 살아서 돌아갈 수 있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구도를 위한 열정이야 뭐 덧붙여 이를 말이 있으랴. 공덕의 바다가 있는데 비행기로 편히 왔다갔다 하는 것은 얼마나 눈꼴시린 일인가? 육신을 그리 편하게 굴려서야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찾아낼 것인가? 자 망망대해를 요트로 건너보자. 만경창파를 일엽편주로 헤쳐 보자. 양자강 정도로는 양에 안 차고 저 거친 바람 일고 온 세상을 삼킬 듯 큰 파도 일렁이는 태평양을 건너 보자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게 있다. 묻고 싶은 게 있다.
저 바다에 무엇이 있는가? 저 바다에 공덕이 있는가?
욕망은 참으로 너댓달씩 몸을 바다 위에서 굴려야만 없어지는 것인가?
과연 욕망은 바람이 날려보내 주는 것인가?
마음과 욕망은 다른 것인가? 떼어내야 할, 대립하는 존재인가?
자 마음 한번 돌이키면 욕망도 아니요 무욕도 아닌 내가 있음을 저 바다가 가르쳐 주는가?

그리고 또 한번 물어보자. 저 스님네들이 요트로 강을 건넌 것이 과연 저 신심 돈독한 양 무제를 본받은 것인가? 아니면 단순 무식한 초조 스님을 본 받은 것인가? 자 답하라.
양 무제를 본받았다고 하면 불교 역사상 전무후무한 공덕을 가로채인 것으로 생각할 양 무제의 시퍼런 칼날이 머리 위에 넘실넘실 춤출 것이요, 초조 스님을 본받았다고 하면 저 산적 두목처럼 생겨서는 언제나 다 없다고 우기기만 하시는, 기껏 한다는 짓이 중생의 공덕을 단칼에 부숴버리기만 하시는 날강도 초조 스님의 비수보다 더 날카로운 눈초리가 등골에 날아와 꽂히리라.

자 답하라!
이놈! 저 요트로 태평양을 건넌 이들이 답하리라고 눈 돌리는가? 그 즉시 그대 관자놀이에 철퇴가 내려쳐지리라.

그 대의 한 마디가 요트 타고 태평양을 건넌 이들 뿐만 아니라 오늘도 동양 최대의 와불, 아미타불, 지장보살, 보탑을 건립하기에 바쁜 저들, 오늘도 방생이다 기도회다 하면서 끌어모은 중생들의 머리 숫자 세기에 바쁜 이들, 오늘도 진신사리 모셔와 봉안하였음을 알리기에 바쁜 이들, 산중을 꽉 채운 저들을 살리고 죽이리라.

어려운가? 쉬운 문제 내 주랴?
저들에게 공덕이 있는가?

조계선종보에서
덧글 (총 0 개)
loading...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7 7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려면 모든 종교를 최대한 활용하라  worldzen 07.09.05 360
6 6 달마(達磨)와 양 무제(梁 武帝)  worldzen 07.08.09 413
5 5 그 누구의 노예도 되지말라  worldzen 07.03.18 412
4 4 당신은 진정으로 남의 종교를 사랑합니까?  worldzen 07.03.18 340
3 3 조사선은 조사선의 껍질을 벗고 나와야한다.  worldzen 07.03.17 497
2 2 불교는 불교를 버려야한다.  worldzen 07.03.17 493
1 1 조사선과 간화선의 차이를 알라  cool~  worldzen 07.03.07 1788
  1  
 



Copyright © HeyKorean, Inc. All Rights Reserved.
USA
460 Park Ave. #430 New York, NY 10022